Ⅰ. 서 론
노숙인(露宿人)에 대한 정의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 지만, 주로 지하철, 버려진 건물, 공원, 길거리 등 주 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 람을 말한다.1)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는 알코올중 독, 가족해체, 정신질환 등으로 인한 사회의 부적응 자들이 노숙인의 주를 이루었지만, IMF 외환위기 이 후에는 실직으로 인해 발생한 실직형 노숙인들이 기 존의 노숙인 집단에 편입되면서 노숙인의 수가 양적 으로 증가하게 되었고, 노숙인 문제가 IMF 경제위기 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인식되면서 이들의 사회로의 복귀를 위한 다양한 연구와 프로그램들이 실행되어 왔다.2) 그러나 1998년 6월 3,000여명이었던 노숙인 의 수는 경제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12,347명으로 크게 증가하였으며,3) 최초 발생한 노 숙인의 대부분은 아직까지 거리와 쉼터의 노숙인으로 남아 있어 노숙인 개개인이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도움이 필요하다.2)
우리나라의 노숙인 지원사업은 대체로 보건복지부 와 민간단체의 협력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숙소와 식사, 의료 서비스 등의 지원은 물론 정신교육, 직업 훈련 등 자활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사회복귀를 지원하 고 있지만, 노숙인의 시각관리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 는 미미한 실정이다.
사람은 시각을 통해 정보의 90 % 이상을 습득하기 때문에 시각과 삶의 질은 상관성이 높을 것이라 예상 된다. 따라서 노숙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나아 가 사회성의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시각관리 가 필요하다고 사료되지만, 노숙인의 시각상태에 대 한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이에 대한 논 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한국형 National Eye Institute Visual Functioning Questionnaire 25(NEI-VFQ-25)를 이용하여 노숙 인의 시각기능과 시각과 관련된 삶의 질을 평가하고, 노숙인의 시각 상태에 대한 기초 자료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전통적으로 시각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되던 시력검사나 시야검사 등은 시각 기능 저하에 의한 사 람들의 일상생활이나 행복과 관련된 장애를 평가하지 는 못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NEI-VFQ의 설문은 작업 수행 능력이나 증상뿐만 아니라 감정적 행복이나 사회 기능 등 여러 분야의 건강 관련 삶의 질을 평가하 기 위해 1996년 미국 National Eye Institute의 후원 으로 RAND사에서 개발되었으며 노인성 백내장, 연령 관련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원발개방각녹내장, 거 대세포바이러스 망막염 등의 질환을 가진 환자를 대상 으로 검증 과정을 거쳐 안과 대부분의 영역의 환자에 게 적용 가능하도록 51개 문항이 개발되었고,4) 2001 년 검사소요 시간을 줄이기 위한 목적 등으로 25개의 문항을 선택하여 간소화시킨 설문지(NEI-VFQ-25) 가 개발되었으며,5) 2010년 대한망막학회에 의해 번역 되어 신뢰성 및 타당성을 검증받았다.6)
Ⅱ. 연구대상 및 방법
1. 연구 대상
2015년 6월부터 7월까지 서울과 대전의 쉼터 노숙 인 147명(남성 129명, 여성 18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였다. 대상자 중 18명은 연령의 공개를 원하지 않아 나이와 관련된 분석은 129명을 대상으로 하였 고, NEI-VFQ-25의 설문은 본 연구자의 도움 하에 모든 대상자가 성실히 작성하여 시각상태와 관련된 분석은 147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2. 연구 방법
설문은 전반적인 건강상태와 전반적인 시력, 색각, 주변부 시력 각 1개 문항과 눈 통증 2개 문항, 원거리 시력, 근거리 시력, 운전 각 3개 문항, 그리고 시각과 관련된 삶의 질을 평가하는 사회적 기능, 역할의 제 한 각 2개 문항, 의존성 3개 문항, 정신 건강 4개 문 항으로 상위 12개의 문항과 하위 25개의 문항으로 구 성되어 있으며, 노숙인은 운전을 하지 아니하므로 운 전과 관련된 3개의 문항은 설문에서 제외하였다 (Appendix 1).
설문의 결과는 최저 및 최고 점수를 각각 0과 100 으로 변환하였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시각기능이 좋 은 것으로 평가하였고, 세부 문항의 점수를 평균하여 11개 상위 문항의 점수를 산출하였다(Appendix 2).
3. 통계 방법
통계 분석은 SPSS ver. 18.0(SPSS, Chicago, IL, USA)을 이용하였다. 인구학적 특성의 빈도분석과 나 이 및 시각관련 삶의 질의 상관성 분석은 127명을 대 상으로 하였고, NEI-VFQ-25의 빈도분석과 시력 및 시각관련 삶의 질의 상관성 분석은 147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또한 상관성 분석에서 상관성이 유의한 경우 회귀분석을 실시하여 회귀식을 산출하였다.
Ⅲ. 결 과
1. 대상자의 일반적인 특징
설문에 참여한 노숙인은 147명이었으며, 연령을 공개한 129명(56.42±10.45세) 중 남성은 117명 (55.29±9.76세), 여성은 12명(67.60±10.92세)이었 다. 연령별로 20대는 1명(0.7 %), 30대는 4명(2.7 %), 40대는 24명(17.1 %), 50대는 55명(37.4 %), 60 대는 28명(19.0 %), 70대는 13명(8.9 %), 80대는 3명 (2.0 %)으로 20대의 비중이 가장 낮았고, 50대의 비 중이 가장 높았다(Table 1).
2. 노숙인의 시각기능과 시각과 관련된 삶의 질 평가 결과
노숙인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는 29.08점이었고, 전 반적인 시력은 56.31점이었다. 시각기능 관련 평가에 서 색각은 71.40점, 주변부 시력은 62.24점, 안구 통 증은 60.99점, 원거리 시력은 59.96점, 근거리 시력 은 52.39점이었고, 시각과 관련된 삶의 질 평가에서 의존성과 사회적 기능은 각각 70.77점과 67.89점, 정 신 건강과 역할의 제한은 각각 56.72점, 43.60점이었 다(Table 2).
3. 원거리 시력과 시각 관련 삶의 질의 상관성 분석
노숙인은 원거리 시력이 높을수록 사회적 기능 (r=0.790)과 정신건강(r=0.556), 역할의 제한 (r=0.453), 의존성(r=0.491)이 유의하게 높아, 원거 리 시력과 시각 관련 삶의 질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성을 보였다(Fig. 1).
4. 근거리 시력과 시각 관련 삶의 질의 상관성 분석
노숙인은 근거리 시력이 높을수록 사회적 기능 (r=0.555)과 정신건강(r=0.481), 역할의 제한 (r=0.403), 의존성(r=0.465)이 유의하게 높아, 근거 리 시력과 시각 관련 삶의 질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성을 보였다(Fig. 2).
5. 주변부 시력과 시각 관련 삶의 질의 상관성 분석
노숙인은 주변부 시력이 높을수록 사회적 기능 (r=0.680)과 정신건강(r=0.560), 역할의 제한 (r=0.495), 의존성(r=0.516)이 유의하게 높아, 주변 부 시력과 시각 관련 삶의 질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성을 보였다(Fig. 3).
6. 나이와 시각 관련 삶의 질의 상관성 분석
노숙인의 나이는 사회적 기능과 정신건강, 역할의 제한, 의존성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성이 없었다 (p>0.05)(Fig. 4).
Ⅳ. 고 찰
노숙인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상태의 회복은 노숙 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상적 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된다. 노숙인의 63.9 %가 신체적으로 한 가지 이상의 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노숙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신건강을 위협받는 다는 연구 결과7)는 사회의 노숙인을 향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함을 제시한다. 노숙인의 의료 보장 상태에 관한 연구보고서에서는 노숙인의 의료보 장 ‘없음’이 60.8 %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되어 의 료보장 수혜를 받지 못하는 노숙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무료진료소의 확대를 제언하기도 하였다.8) 노 숙인은 안정된 주거공간이 없기 때문에 위생 및 건강 관리 상태가 취약하며, 건강의 상실은 노동력의 상대 적 박탈로 나타날 것이고, 사회복귀 또한 많은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노숙인의 시각기능과 시각과 관련된 삶의 질을 평가하여 노숙인의 시각 상태에 대한 기초 자료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사람은 시각을 통해 정보 의 90 % 이상을 습득하고 있어 시각과 삶의 질은 높은 상관성이 있지만, 노숙인에 대한 시각관리는 체계적 이지 않아 시각기능이 낮을 것으로 사료되고, 현재까 지 노숙인의 시각상태는 논의되지 않아 노숙인의 시각 관리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울과 대전의 쉼터 노숙인 147명(남성 129명, 여 성 18명) 중 나이를 공개한 129명의 연령은 20대 1명 (0.7 %), 30대 4명(2.7 %), 40대 24명(17.1 %), 50대 55명(37.4 %), 60대 28명(19.0 %), 70대 13명(8.9 %), 80대 3명(2.0 %)으로 50대 이상의 노안을 갖고 있는 노년층이 많았다. 노안이란 나이가 들어감에 따 라 점진적으로 눈의 조절기능이 저하되어 근거리 시 작업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말하며, 시야 장 애, 눈 피로, 두통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2004년 부 산광역시 소재의 쉼터 2곳에 거주하고 있는 153명을 대상으로 노숙인의 건강상태를 연구한 박 등9)의 결과 에서 노숙인의 연령 분포는 20대 10.5 %, 30대 24.8 %, 40대 37.9 %, 50대 20.9 %, 60대 이상 5.9 %로 30대와 40대의 청장년층이 많아, 본 연구의 인구학적 특성과는 차이가 있었다. 노안인과 비 노안인의 시력 검사와 처방은 단계적 차이가 있으므로, 노숙인의 체 계적인 시각관리를 위해서는 시각관련 문진에 대한 문진표의 개발이 선행되어 연령에 맞는 시각관리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NEI-VFQ-25의 설문 결과 노숙인의 전반적인 시 력은 56.31점으로 전반적인 건강상태 29.08점에 비 해 비교적 높은 점수를 보였다. 시각기능 관련 평가 에서 색각은 71.40점, 주변부 시력은 62.24점, 안구 통증은 60.99점, 원거리 시력은 59.96점, 근거리 시 력은 52.39점으로 조사되어 노숙인의 시각기능은 근 거리 시력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반적으 로 노안의 고령층은 원거리 시각의 편안함이나 불편 함의 여부에 관계없이 대부분 근거리의 시 작업에 불 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9) 또한 시각과 관련된 삶의 질 평가에서 의존성과 사회적 기능은 각 각 70.77점과 67.89점으로 조사되어 시각으로 인한 도움의 필요성이나 사회적 교류의 제한에 대해 비교 적 낮은 응답률을 보였으나, 정신적인 건강은 56.72 점, 역할의 제한은 43.60점으로 조사되어 불편한 시 각으로 인해 걱정이나 두려움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 고, 특히 일의 성취에 있어 제한을 받는다는 응답률 이 가장 높아 노숙인의 재활을 돕기 위한 방법으로 시각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노숙인의 원거리 및 주변부, 근거리 시력과 사회적 기능, 정신건강, 역할의 제한, 의존성의 시각관련 삶 의 질의 상관성 분석 결과 노숙인의 원거리 및 주변 부, 근거리 시력이 높을수록 사회적 기능, 정신건강, 역할의 제한, 의존성이 유의하게 높아(p<0.05) 노숙 인의 시력과 시각관련 삶의 질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성을 보였다. 시력은 주변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신체적, 사회적 활동에 영향을 주고, 심리적인 안녕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 력의 감소는 개인의 시각적 기능을 저하시킬 뿐만 아 니라 삶의 질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기 때문에10) 노숙 인에 대한 시각관리는 시각관련 삶의 질을 높일 것이 라 여겨지며, 특히 사회성 복귀에 대해 긍정적인 영 향을 줄 것이라고 사료된다. 한편 노숙인의 연령과 사회적 기능, 정신건강, 역할의 제한, 의존성의 상관 성 분석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성이 없는 것으 로 나타났다(p>0.05). 이는 노숙인 개개인이 느끼는 불편함의 정도가 상대적이고, 연구에 참여한 노숙인 중 20대와 30대의 비 노안인 청년층의 비중이 상당히 낮았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3.4 %).
노숙인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숙인을 보호하고, 재활 및 자활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하며, 노숙인 을 위한 지원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민간단체와 협력해야 된다고 하였다.11) 노숙인의 삶 의 질을 높이고 원활한 사회로의 복귀를 위해서는 노 숙인의 시각관리에 대한 정책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Ⅴ. 결 론
노숙인의 시력은 근거리가 가장 낮았고, 현재의 시 각상태는 일의 성취에 제한을 준다는 의견이 많았다. 노숙인의 시각관련 삶의 질은 시력과 유의한 상관성 이 있으므로 시력관리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도움 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