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시각은 다양한 감각 중 아동의 학습과 행동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감각이다.1) 아동은 시지각(visual perception)을 통해 환경을 인지하고 학습의 기초를 형성하지만, 시지각 발달에 지연이 있는 경우 선택적 주의집중의 어려움으로 인해 학습 결여 및 부적응적 행동을 보일 수 있다.2)
대표적으로 자폐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 아동은 사회적 의사소통의 결함 및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정보 속에서 선택적으로 주의를 집중하고 사물을 시각적으로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3-4) 최근에는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의 고유한 특성을 강점으로 활용하려는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관점의 강점 기반 접근(strengthbased approach)이 주목받고 있다.5) 특히 이들의 교육 및 중재 상황에서 시각적 지원(visual supports)은 참여를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6)
시각적 지원의 기본 요소인 색(color)은 아동의 주의를 끄는 데 효과적이며, 특히 아동이 선호하는 색을 활용할 경우 교육 참여와 상호작용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7-8) 최근에는 시선 추적 기술(Eye-Tracking)이 주목받으며 시각 장면 디스플레이(Visual Scene Displays, VSD)에 대한 아동의 시각적 반응과 주의집중 양상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9-10) 그러나 선행 연구들은 선호도를 활용한 중재의 긍정적 효과를 제시하면서도,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의 색 선호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것이 시각 추적 능력이나 주의집중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시선 추적 장치(Eye-Tracker)를 이용하여 3세부터 6세에 해당하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아동과 일반 아동의 색 선호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따른 시각적 매끄러움(visual smoothness)과 주의집중력(visual attention)의 차이를 비교 분석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일반적 특성에 따른 색 선호도를 알아보고, 선호색과 비선호색 단서가 시각적 매끄러움과 주의집중력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자 한다.
Ⅱ. 연구대상 및 방법
1. 연구대상
모든 검사 과정과 규약은 기관생명윤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 승인번호: 1040708- 202207-BM-033) 의 승인을 받아 실시하였으며, 연구에 참여한 아동의 보호자에게 연구 목적과 절차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았다. 연구 대상자는 전라남도에 소재한 장애아통합 어린이집에 재원 중인 아동 중, 발달연령이 3~6세에 해당하는 총 51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전체 대상자는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 23명(45.1%)과 일반 아동 28명(54.9%)으로 구성되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은 지시 이해 및 수행이 가능한 수준에서, 아동기 자폐증 평정 척도(CARS) 점수가 30~36.5점 사이인 ‘경증-중간 자폐’로 확인된 경우에만 연구에 포함되었다. 비교군인 일반 아동은 별도의 장애 진단을 받지 않았으며, 덴버 발달 선별 검사-Ⅱ(DDST- Ⅱ)를 통해 해당 연령의 정상 발달 수준임이 확인된 아동으로 선정하였다.
2. 연구 방법
연구대상자의 발달 수준과 자폐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덴버 발달 선별 검사-Ⅱ(DDST-Ⅱ)와 아동기 자폐증 평정 척도(CARS)를 사용하여 경증-중간 수준의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과 정상 발달 수준의 일반 아동을 선별하였다. 실험은 Eye-Tracker(Tobii Pro Fusion, Tobii Technology AB, Danderyd, Sweden)를 이용하여 진행하였다. 해당 장치는 두 개의 시선 추적 카메라와 향상된 알고리즘을 통해 아동의 시선 움직임을 최대 120Hz의 주파수로 정밀하게 기록하며, 수집된 데이터는 Tobii Pro Lab 프로그램을 통해 분석하였다. 시선 추적 데이터에는 좌·우측 시선 x, y 좌표, 중앙 시선 좌표, 동공 크기, 각 관심 영역(Area of Interest, AOI)별 시선 주시 횟수가 포함되며, AOI는 실험 화면 내의 특정 영역을 지정하여 해당 영역 응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설정되었다. 시각적 자극은 색 과제, 시선 추적 과제, 문제상황 과제로 구성하였다. 색 과제에서는 10가지 색을 제시하고, 아동의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문 색을 선호색으로 정의하였다. 이는 시선 응시 시간이 아동의 시각적 선호를 반영한다는 기존 연구 결과에 근거하였다.9) 또한, 과제 종료 후 아동에게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무엇인가요?”라고 구두로 질문하여 응시 결과와의 일치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자료의 신뢰성을 높였다. 비선호색은 10개의 색 중 선호색을 제외한 9개 색이 무작위로 제시되도록 하였다. 시선 추적 과제에서는 이동하는 점을 응시하도록 하였으며, 점의 이동 패턴은 아동의 그리기 발달 순서를 기반으로 하여 수직선, 수평선, 원, 마름모의 4가지로 구성하였다. 시각적 매끄러움은 이동 패턴의 기준 좌표와 아동의 실제 시선 좌표 간의 차이를 제곱한 오차값(mean squared error, MSE)의 평균으로 산출하였으며, 오차값이 낮을수록 매끄러운 시각적 추적을 의미한다. 문제상황 과제에서는 AOI에 무단서, 선호색 단서, 비선호색 단서를 각각 제시하고, 해당 영역에 대한 시선 응시 횟수를 기록하여 시각적 주의집중력을 평가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SPSS 22.0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연구대상자의 일반적 특성은 기술통계를 사용하였으며, 색 선호도는 성별 및 발달연령에 따른 평균과 표준편차를 비교하였다. 색 선호도에 따른 시각적 매끄러움 비교에는 대응표본 t-검정을 사용하였으며, 문제상황 과제에서 단서 종류에 따른 시각적 주의 집중력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One-way ANOVA와 Scheffe 사후검정을 실시하였다. 모든 통계 분석의 유의수준은 α=.05로 설정하였다.
Ⅲ. 결 과
1. 일반적 특성에 따른 색 선호도
대상자들의 성별에 따른 색 선호도를 알아본 결과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은 남자 아동이 노랑, 파랑, 연두 순으로 선호도를 나타냈고, 여자 아동은 빨강, 파랑, 연두 순으로 선호도를 나타냈다(Table 1). 일반아동의 성별에 따른 색 선호도에서 남자 아동은 빨강, 주황, 연두 순으로 선호도를 나타냈으며, 여자 아동은 노랑, 빨강, 주황 순으로 선호도를 나타냈다(Table 2). 대상자들의 발달연령에 따른 색 선호도를 알아본 결과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 3세 이상 4세 미만은 빨강, 파랑, 주황 순이며, 4세 이상 5세 미만은 청록, 빨강, 보라, 5세 이상 6세 미만은 연두, 노랑, 초록 순으로 선호도를 나타냈다(Table 3). 일반아동 3세 이상 4세 미만은 빨강, 노랑, 보라, 4세 이상 5세 미만은 연두, 노랑, 빨강, 5세 이상 6세 미만은 노랑, 주황, 빨강 순으로 선호도를 나타냈다(Table 4).
2. 색 선호도에 따른 시각적 매끄러움
시선추적 과제를 통해 색 선호도에 따른 시각적 매끄러움을 분석한 결과,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의 경우 수직선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50). 또한 마름모를 제외한 모든 이동 패턴에서 점의 색깔이 비선호색 일 때보다 선호색일 때 시각적 매끄러움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일반 아동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점 색깔이 비선호색일 때보다 선호색일 때 상대적으로 시각적 매끄러움이 높게 나타났다(Table 5).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인 수직선과 마름모 이동 패턴의 시각적 매끄러움을 Fig. 1과 Fig. 2에 제시하였다. 수직선의 경우 y축에는 변화가 없고 x축에서만 시각적 매끄러움의 변화가 나타나 x축 그래프만 제시하였으며, 마름모는 x축과 y축의 좌표상 이동이 다르므로 x축과 y축 각각의 그래 프를 별도로 제시하였다.
3. 단서 종류(무단서, 선호색 단서, 비선호색 단서)에 따른 시각적 주의집중력
문제상황 과제를 통해 시각적 주의집중력을 분석한 결과,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의 경우 문제상황 1과 2에서 단서 종류가 무단서일 때보다 비선호색 단서를 제시했을 때 시각적 주의집중력이 더 높게 나타났으며, 비선호색 단서보다 선호색 단서를 제시했을 때 더 높게 나타났다. 세 단서 종류 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p<0.050).
사후분석 결과, 무단서와 선호색 단서 간에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으며(p=0.024), 무단서와 비선호색 단서 간(p=0.137), 선호색 단서와 비선호색 단서 간(p=0.735)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일반 아동의 경우 문제상황 1에서 단서 종류가 무단서일 때보다 비선호색 단서를 제시했을 때, 비선호색 단서일 때보다 선호색 단서를 제시했을 때 시각적 주의집중력이 각각 높게 나타났으나, 세 단서 종류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Table 6). 단서 종류에 따른 시각적 주의집중력의 분포를 Fig. 3에 제시하였다.
Ⅳ. 고 찰
본 연구는 발달연령 3세 이상, ‘경증-중간 자폐’로 확인된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과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 시각 장면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시각적 자극을 제시하고, 색 선호도에 따른 시각적 매끄러움과 주의집중력의 차이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첫째, 성별과 발달연령에 따른 색 선호도 결과, 일반 아동은 장파장의 빨강·주황·노랑을 선호하고 청록을 비선호하였으며,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은 특정한 규칙 없이 개인의 관심에 따라 색 선호가 다양하게 나타났다.이러한 결과는 학령 전 아동이 원색 계열을 선호한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유사하며,11-12) 연령이 낮을수록 원색 계열 및 밝은 톤을 선호한다는 연구가 본 연구를 지지한다.13) 그러나 장애 아동을 포함한 학교 환경에서는 색채 선호도가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고 있으며,14-15) 아동의 특성과 선호색을 반영한 교육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둘째, 시각적 매끄러움 분석 결과,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은 수직선, 수평선, 원 과제에서 선호색 조건일 때 비선호색 조건보다 오차값이 낮아 시각적 매끄러움이 증가하였다. 이는 선호하는 색을 제시했을 때 아동이 시각적 자극을 더 집중해 매끄럽게 시선을 추적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본 결과는 추적안구운동 프로그램이 발달장애 아동의 집중력과 시지각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와 일치한다.16) 그러나 마름모 과제에서는 난이도가 높아 색 조건에 따른 시각적 매끄러움이 일정하지 않았으며, 과제 난이도와 순서, 이동 속도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일반 아동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으나, 전반적으로 선호색 조건에서 시선을 더 매끄럽게 추적하는 경향을 보였다.
셋째, 시각적 주의집중력 결과,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은 단서가 없을 때보다 비선호색 단서, 그리고 선호색 단서가 제시될 때 주의집중력이 높았다. 이는 아동이 선호하는 색채 환경에서 시지각 주의집중이 향상되었다는 결과와 일치하며,17) 시각적 단서가 선호를 반영할 때 주의집중력이 높아진다는 선행연구를 지지한다.18-19) 반면 일반 아동은 단서 종류와 관계없이 시각적 주의집중이 가능하였는데, 이는 일반 아동이 색 단서 유무와 관계없이 문제 상황을 인식하고 주의집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의 제한점으로는 첫째, 경증-중간 수준의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만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모든 수준의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으로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다. 둘째, 선호색과 비선호색의 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고 선호색을 제외한 나머지 색을 무작위로 제시하였기 때문에 두 조건 간 차이가 명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본 연구는 색 선호도를 반영한 시각적 자극이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의 시각적 매끄러움과 주의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향후 아동의 중재 및 교육 환경 설계 시 개인의 선호를 반영한 프로그램 개발과 공간 조성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Ⅴ. 결 론
본 연구에서는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과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 시각 장면 디스플레이와 Eye-Tracker를 활용하여 색 선호도에 따른 시각적 매끄러움과 주의집중력의 차이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일반 아동은 장파장의 색인 빨강, 주황, 노랑을 가장 선호하고 청록을 비선호하는 일관된 경향을 보인 반면,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은 집단 내 개인차가 커 뚜렷한 규칙성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일부 아동은 특히 파랑과 청록 등 단파장 계열의 색에 높은 선호도를 나타냈다. 이는 일반 아동과의 색 선호도 양상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각적 매끄러움 분석에서 일반 아동은 색 선호 여부와 관계없이 시선을 시각적으로 매끄럽게 추적할 수 있었던 반면,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은 수직선과 마름모 과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또한 비선호색 조건보다 선호색 조건에서 시선을 더 매끄럽게 추적하는 경향을 나타내어, 선호색이 시각적 매끄러움을 향상시키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시각적 주의집중력 분석에서 일반 아동은 단서 종류와 관계없이 시각적 주의집중이 가능하였으나,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은 단서가 제시되지 않은 무단서보다 비선호색 단서, 그리고 비선호색 단서보다 선호색 단서가 제시될 때 주의집중력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색, 특히 선호색이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의 시각적 주의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인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의 특성을 강점으로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교육 환경을 조성하거나 중재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색 선호도를 고려한 시각적 자극이 노인, 장애인, 비장애인 등 다양한 대상에게 적용된다면, 시각적 매끄러움과 주의집중력을 향상시켜 학습 능력과 기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